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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2019-01-08

생음악 


라이브 음악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꽤 많아서, 스튜디오 라이브나 버스킹 세션, 심지어는 공식 콘서트 촬영 영상 등 다양한 종류의 라이브 음악 콘텐츠가 생산되고 소비된다. 음악 덕후에게도 라이브 음악은 꽤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굳이 라이브 음악을 들으러 가거나 영상들을 보는 이유는 마치 기성품을 사느냐 핸드메이드 제품을 사느냐 같은 느낌의 차이에 있다. 생음악에는 다른 음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현장감과 친밀함이 있고, 실력에 대한 보증이 있다. 라이브 음악 콘텐츠를 즐기는 방법을 알아보자.




라이브 버전이 더 좋으니까

라이브 음악의 가장 큰 묘미 중 하나가 편곡이다. 정식 발매된 곡과는 다른 악기를 쓰거나, 멜로디 등을 바꾸는 것도 모자라서 아예 장르를 바꿔서 공연하는 경우도 있다. 원곡을 알아야만 바뀐 부분들을 보다 온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에 편곡에 신경을 쓰는 밴드의 덕후는 행복하다.


게다가, 같은 곡의 다양한 편곡을 듣다 보면 밴드가 생각하는 곡의 핵심에 대해 알 수 있기도 하다. 멜로디, 악기, 코드 진행 등은 결국 사람의 감성이 파편화되어 표현되는 한가지 방식이다. 이 감성에 온전하게 다가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다양한 방식의 표현들을 체험해 보고, 교집합을 찾아보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는 물론 밴드의 편곡 실력이 전제되어 있다. 편곡 실력을 보면 밴드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강점과 약점은 어디에 있으며 그것들을 밴드 자신들 혹은 그들의 기획자가 잘 알고 있는지 파악하기 쉽다.


손쉬운 예로 장르를 넘나드는 편곡을 들여다보자. Chvrches는 특유의 날이 선 전자악기 소리들과 질주감으로 잘 알려진 밴드다. 특히 'The Mother We Share'라는 곡으로 첫 대중적인 성공을 거뒀고, 덕분에 이 곡은 온갖 콘서트와 라디오, 스튜디오 라이브 버전이 존재한다.



정식 발매 버전을 들어보면 뭔가 슬프면서도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고, 사운드는 몽환적이면서도 날이 서있다. Chvrches라는 밴드의 가장 대표적인 매력포인트가 이런 사운드 디자인이다. 대부분의 라이브 퍼포먼스에서는 매번 다른 전자악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혼다 스테이지에서 선보인 파격적으로 어쿠스틱한 편곡은 Chvrches의 진짜 힘은 다른 곳(가령 보컬리스트의 목소리)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해준다. 





라이브 연주는 생각보다 정말 어렵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점이 들 수도 있다. 편곡이 좋다면 리믹스나 재발매 버전들을 찾아 들어도 그만인데 왜 굳이 라이브 퍼포먼스에 집착하는가?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보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라이브 특유만의 현장감에 대해 이야기 해야한다.


곡을 한번도 틀리지 않고 한번에 완주·완창 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저 맞는 타이밍에 맞는 음정을 연주하는 건 라이브 퍼포먼스의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 다른 악기들 사이의 소리 밸런스를 생각 해야하고, 원하는 소리를 내기 위해서 만지고 신경 써야 할 부수적인 기계들 (앰프는 물론이고 각종 이펙터들)도 끝이 없을 수 있다.


스튜디오 작업에서 보통 나중에 만질 수 있는 부분들을 전부 라이브로 구현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고, 이 복잡한 과정을 다른 밴드 멤버들과 합을 맞춰서 진행하게 되면 고도의 비언어적 소통이 일어나야 한다. 팀 스포츠나 춤을 추는것과 마찬가지로, 라이브 음악에는 이런 특유의 친밀감이 있다. 여기에 즉흥 연주가 추가된다고 생각해보라!


이런 소통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이야말로 라이브 퍼포먼스의 가장 큰 매력이다. 거기에 녹음 환경에 따라 들려오는 사운드의 현장감이 더해지면, 생음악의 감상은 순식간에 공연자와 관람객 사이의 사적인 경험이 된다.


생음악 콘텐츠에서 음악 덕후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들은 사운드에서 이 현장감이 얼마나 느껴지는가이다. 일본의 음악 플랫폼 Spincoaster 에서 제작하는 Music Bar Session 시리즈 같은 경우 이 점에 착안해서 스테레오 레코딩에 온 힘을 쏟는다.


 이 시리즈는 헤드폰 착용 후 감상을 적극 권장한다. 해시태그가 무려 ASMR이다.


또 한편, 공연 직캠들이 성행하는 이유도 상당부분은 여기에서 기인한다. 공연에 가서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시는 그 영상들을 보지도 않을 것이며, 막상 보려고 해도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카메라를 가져가고, 녹음된 소리도 마스터링해서 올리는 전문 직캠러들도 많다.


리본아가씨는 소위 '네임드 직캠러' 중 하나다. 특히 키보디스트 고형석의 무대 몰입도가 눈에 띤다.


이들은 충족되지 않은 수요에 대한 현상이다. 음악 덕후라고 해서 모든 뮤지션의 모든 콘서트를 따라다닐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 뮤지션들이 자신들의 공연들을 전부 공식적으로 녹화, 녹음해서 발매하기엔 뮤지션 입장에서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다. 공연 문화로 보나 뮤지션의 수입으로 보나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직캠은 이 빈 공간을 채워준다.


'음악 먹는 홍대' 같은 채널은 이 수요를 잘 포착한 플랫폼이라 하겠다.


공연 실황 영상들은 이 수요에 반응하기 위한 자본이 충분히 뒷받침 될 때 일어나는 보석같은 경우다. 물론, 모든 공연 실황 영상이 잘 제작되는 건 아니지만, 잘 제작된 공연 실황 영상을 감상하는 건 실로 특별한 경험이다.


시이나 링고의 공연 영상은 말 그대로 완벽하다.


마지막으로, 현장감은 반드시 이런 공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어쿠스틱 세션이나 스튜디오 라이브 세션에서도 충분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단적인 예시로 포크 싱어송라이터 Maggie Rogers의 Vevo DSCVR 세션이 있다.


안타깝게도 Maggie Rogers는 현재 미국 팝 프로듀서들의 입김의 영향인지 안무를 추며 훨씬 댄서블한 곡들을 하고 있다.




듣기 위한 영상과 보기 위한 영상

현장감과 사운드를 굳이 나누어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만큼 사운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쁘지만 노래방과 다를 바가 없는 라이브 세션 영상들은 음악 덕후에게는 별로 의미가 없다.


스튜디오 라이브의 가장 큰 매력은 사운드다. 모든 악기가 또렷이 들리는 이 영상은 음악을 악기 별로 따로따로 듣는 연습을 하기에도 유용하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라이브 음악 콘텐츠에서는 제작과 소비 모두 보다 비주얼한 부분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딩고 뮤직의 세로 라이브 시리즈나, Colors의 라이브를 보면, 이런 부분들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사운드는 반주를 틀고 노래하는, 그러니까 노래방과 큰 차이가 안나는 경우들도 많다.


물론 녹음 장비나 환경이 열악할 수도 있고, 예산이 정해져 있어서 집중해서 투자할 부분을 다르게 결정했을 수도 있다. 게다가 뮤지션이 정말 잘하거나 기획이 탄탄한 경우에는, 운만 조금 따라주면 열악한 제작환경을 극복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언더그라운드 라이브 클럽 등에서 녹화되는 공연들이 이런 식이다.


핸드폰으로 촬영했을 수도 있는 이 영상은 공연자의 역량이 하드캐리한 경우다.


라이브 음악 콘텐츠를 보면, 제작자가 뭘 중점에 두고 있는지가 어느정도 파악이 가능하고, 더 중요하게는 이 정보를 가지고 본인의 취향에 맞는 컨텐츠 소비를 할 수 있다. 기획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기획 없이는 뮤지션도 없다

어떤 라이브가 좋은 라이브인지 생각 할 때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첫 번째로는 밴드가 실력이고, 두 번째는 기획자와 프로듀서들의 실력이다. 


사운드는 녹음만 잘 됐다면 나중에 만질 수 있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밴드의 실력은 편곡이나 악기의 구성 등으로 밖에 파악할 수 없다. 반면, 녹음과 기획이 잘 되었는지는 눈에 띄게 드러난다.


들여다볼 부분이 여러가지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으로는 밴드와 곡의 이미지가 퍼포먼스가 이루어지는 공간의 모습과 잘 들어맞는지가 기획의 핵심이다. 어떤 방식으로 이 둘을 끼워 맞추느냐가 플랫폼의 아이덴티티가 된다. 네이버 온스테이지가 한동안 이걸 아주 잘했었다. 밴드 마다 음악의 특성을 잡아서 공연하는 환경을 다양하게 바꿨었고, 라이브 사운드 역시 항상 현장감 있고 거친 느낌을 잘 잡아서 표현해서 뮤지션의 페르소나를 대변하는 느낌이었다.


현재 온스테이지 2.0은 이 시절의 현장감이나 색깔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기획이다.


반면, 장소를 한군데로 정해놓고 뮤지션들을 그 공간에 각자의 방식으로 들어가게 하는 NPR의 Tiny Desk Concerts 시리즈도 있다. 이들은 마이크를 최대한 뮤지션의 동선에서 떼어내면서도 완벽한 사운드를 뽑아내고, 밴드 별 특색도 또렷하게 나타낸다.


슈퍼오가니즘의 이 라이브는 NPR 역사에 길이남을 라이브라 생각한다. 


이 외에도 어쿠스틱 세션에 있어서는 최강자라고 할 수 있는 Mahogany Session이 있다. 마이크가 카메라 샷 안에 전혀 들어오지 않는데도 공간에 소리가 울리는 느낌마저 완벽하게 잡아내서 마치 직접 공연 공간 안에 들어가있는 착각이 든다.


공간의 색감과 곡의 연주, 편곡, 사운드 프로덕션이 거의 비현실적으로 잘 어우러진다.




마무리

음악을 녹음이 아니라 라이브로 공연하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선택이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듯, 라이브 음악과 관련된 콘텐츠에는 음악 덕후들의 관심 어린 시선이 따른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대박을 친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생음악에 대한 제작자의 높은 이해도라고 생각한다. 곡 녹음 환경이 됐던 공연장이 됐던 각 장면에서 배우들이 연주하고 노래할 때의 현장감은 엄청나서 실제로 이들이 악기를 연주하는 것 같고, 내가 그 공간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


반면, 비슷하게 개봉한 음악 영화인 <스타 이즈 본> 같은 경우는 현장감이 떨어지는 기분이다. 혹시 두 영화를 다시 보게 될 기회가 있다면 이 점에 주의해서 감상해 보기 바란다.



 







CREDIT


에디터 황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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